Bongsam Kim's profile

Jindo and the old man




진도와 어르신

 갈색 진도를 만나 사진을 찍어주었다. ‘햇빛이 쫙 나야 털이 반짝반짝하이 윤에 날낀데‘ 라며 흐린 날씨를 탓하시는 보호자 어르신은 진도를 몇컷 찍고나니 본인얘기를 시작하셨다. ‘내가 옛날에 안기부에 있을 때 간첩 마이 때리 잡았다’로 시작하는 무용담에 강렬한 쎄함을 느끼며 경청하는 척을 해드렸다. ‘비싼 카메라 쓰는놈 들이 간첩이더라!’, ’간첩들은 항상 니콘, 산요를 쓰더라!‘는 그 시절 괴담을 박종철 열사의 추모비가 있는 민주공원에서 들으며 이런게 블랙코미디인가 보다 했다. 그리고 내 카메라도 니콘이었다.

 그 와중에 진도는 내 바짓가랑이에 엉덩이를 바짝 붙이고 서서 만져 달라는 시늉을 했다. 궁둥이를 팡팡 두드려 주었다. 간만에 경험하는 털날림이었다. 어르신은 화재를 돌려 본인 개의 똑똑함을 어필했다. ‘이놈이 사람을 잘 알아본다‘, ’내가 기초수급자들을 싫어해서 이놈이 기초수급자들만 보면 짓는다‘로 시작하여 ’놀고 먹으며 나랏돈 받아 먹는다‘는 거대한 편견과 혐오로 마무리 된 또 한번의 괴담이었다. 감히 예측 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에 어질어질했지만 나의 부족한 소셜스킬에 경험치 쌓은 셈 치기로 했다.  

 진도 혹은 그와 비슷한 체구의 개들이 보호자와 산책하는 모습은 이 동네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어르신들이 많은 동네라 예전처럼 묶어놓고 마당개로 키우는 집이 많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한집 건너 한집마다 대문너머로 우렁찬 짖음이 들린다. 산책을 하는 개라면 한번쯤 마주칠 법도 한데 아직  짖음의 주인공들을 실제로 대면한적은 없다. 그러고보면 진도를 산책시키던 어르신은 편견과 혐오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만 본인의 개에겐 다정한 보호자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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